X-레이의 대안으로 강력하게 떠오르는 것이 테라헤르츠 카메라(Tera Hertz camera)다.
줄여서 T-레이(T-ray)라고도 부르기도 하는데, 일반적으로 T-레이는 적외선과 전자기 스펙트럼의 극초단파 사이에 있는 0.5-4.0 테라헤르츠(THz: 10의 12 승 Hz)의 전자기파를 사용한다. 여기서 ‘테라’는 1조를 뜻하는 그리스어이고, 테라헤르츠파의 주파수는 1,000억∼10조 헤르츠(Hz)다. 즉 1초에 적어도 1,000억 번 이상 진동한다는 의미다.
T-레이는 종이, 나무, 플라스틱, 심지어 시멘트까지 웬만한 물체들은 대부분 투과하지만 물과 금속은 통과하지 못하는 독특한 성질이 있다. 무엇보다 T-레이 에너지는 X-레이의 100만분의 1정도에 불과해서 옷 속에 숨긴 흉기나 폭발물을 찾기 위해 승객에게 쪼여도 부작용이 거의 없다. 최근 영국 런던을 위시한 주요 도시의 공항 등에서 불법 소지물을 감시하는 T-레이 카메라가 등장한 것도 안전성이 높기 때문이다.
대부분의 물질이 테라헤르츠파의 주파수 내에서 특정 영역을 흡수하기 때문에 T-레이는 X-레이로 판별해 내기 어려운 가루 형태의 폭발물이나 마약, 플라스틱 흉기 등도 분별해 낸다. 뿐만 아니라 조직이 치밀하지 않은 암세포에는 쉽게 침투하고 정상 조직에는 잘 침투하지 못하는 T-레이의 특성을 이용해 피부암이나 유방암처럼 주로 피부 바로 아래에 생기는 암을 손쉽게 진단할 수 있다. T-레이 연구의 권위자인 이탈리아 로마 토르 베르가타 대학(Tor Vergata Universita)의 알도 디 카를로(Aldo D Carlo) 교수는 T-레이가 X-레이 영역의 상당부분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. 실제로 우주연구와 생물학, 현미경 등에도 T-레이 활용이 진행되고 있다.
선명한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광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데, X-레이에 비하면 기술의 수준이 걸음마 단계에 있다. 물론 지금까지 자유전자레이저(Free Electron Laser) 또는 방사광가속기(synchrotron radiation)의 전자빔을 이용하는 기술을 비롯해 극초단 레이저나 비선형물질을 이용하는 기술 등이 개발된 것은 사실이다. 그렇지만 이 기술들은 실험단계에 머문 상태라서 상용화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.
현재 T-레이의 잠재력에 주목한 미국, EU 그리고 일본 등의 과학자들은 T-레이의 공급원을 확대하기 위한 ‘진공 테라헤르츠 증폭기(VTA)’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. 여기에는 일본 쓰쿠바 대학(the University of Tsukuba)에서 만든 고온 초전도체 기술, 마이크로머쉬닝 및 나노테크놀러지와 같은 신기술들이 활용되고 있다.
일리노이주 아르곤 국립 연구소(Argonne National Laboratory)에서는 배터리로 작동하는 소형 장치를 통해 T-레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, 영국에서는 이미 소형 T-레이 카메라가 시판되고 있다.
인체에 해가 없는 T-레이 기술이 진보되는 만큼 X-레이가 없는 세상이 생각보다 일찍 올지도 모를 일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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